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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논평 : 드라마에는 배우가 있지만, 책에는 사람이 있다.

무 우울하고 억울하고 화나는 일을 갖고 있어도 내 기분과 상관없이 제 시간에 할일을 해야만 하지요. 이런 날 저는 도서관에 갔어요. 블로그를 번듯하게 개설하고는 기억나는 책 내용이 없어서 꾸준히 리뷰를 올릴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읽었던 책을 반납하며 새 책을 찾기위해 손가락으로 책장을 스윽 훑고 있는 데, 직감적으로 이 책이 재밌을거란 텔레파시가 오더군요. 스트레스 풀기위해 소세지에 술먹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의 기분을 업시켜주고 리뷰까지 쓰게하는 최상의 아이템을 만난 것이지요.



역시 나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화려한 실장님은 없었지만, 개방적이고 거침없고 솔직한 작가의 글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더군요.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본인 얘기를 꾸민거라 더 흥미진진했어요. 여자가 세상의 틀에 곱게 맞추기 위해 분노가 치밀어도 참고, 남자와의 잠자리에서 항상 처음해본 척 해야하고, 돈은 남자가 벌어다 주면 집에서 얌전하게 살림만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퍼컷을 날리는 에피소드로 아~주 생동감있게 채워져 있더군요.

아시겠지만, 이 책은 한 때 드라마로 나와 빅히트를 쳤던 작품의 원작입니다. 책이 나온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자는 결혼할 때 딴남자와 동거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을만큼 개방적인 사회는 아니지만, 그당시만해도  혼전 동거를 공개적으로 사람들에게 얘기한다는 건 충분히 흥분과 충격을 주는 일이었죠.
결혼 전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니, 그녀는 정말 거침없고 개방적인 여성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결혼생활을 해본 나로서는 책을 읽으면서 만면에 가소로운 웃음을 띠고 혀를 끌끌 차기도 많이 했었지요.
'정말 철딱서니가 없구나..'
그렇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녀가 철없다고 생각했던 건 역시 사회통념에 따른 선입견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철딱서니가 없다고 생각한 부분은 당시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돈한푼없이 독립해서 잘 살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모함이고, 미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경제관념 또한 그러했고 여자에게만 손해인 동거생활을 아무 생각없이 시작했다는 부분이 가장 혀를 끌끌 차게 했습니다.

그러나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그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정말 사랑해주는 남자친구에게 감사하고, 돈 잘 벌어오는 남자보다는 서로의 행복한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중심의 인간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부모나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편하게 살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단돈 5만원으로도 깔깔거리고 웃으며 살 수 있는 강하고 자립심 넘치는 여성이었지요.

한달에 초등학교 아이 학원비로 100만원을 쓰면서도 돈없어서 손가락을 빨고 있다고 불행해하는 친구도 문득 생각나고, 공부빼고 다 잘하는 내 딸에게 어떻게 반에서 꼴찌를 할 수 있냐고 매일 바각바각 잔소리를 해대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우리 모두 세상이 만들어놓은 행복의 기준에 끼워맞추느라 늘 혈압을 올리며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햇빛도 잘 안드는 반지하방에서 있었던 앞집 개새*와의 결투 이야기나 여름에는 열가마로 변하는 옥탑방에서 고양이와 서늘한 자리 먼저앉기 다툼을 한 이야기까지 그녀의 파란만장한 가난의 에피소드는 유쾌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누가 세상에는 돈이 없으면 짜증나는 일 투성이라고 했던가요? 씽크대도 없는 옥탑방에서 어찌 웃을일이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나건가요?

'는 너랑 죽을때까지 이렇게 같이 사는게 꿈이다'라고 말하는 남자.
여자친구 저녁밥 먹이기 위해 자기 점심을 굶고도 얘기하지 않은 남자.
직업때문에 억지로 택한 전기공학과 공부가 너무 싫어 좌절에 빠진 남자친구에게 '내가 필요한 건 돈을 억수로 잘 버는 남자가 아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같이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사는 남자다. 너무 자책하지마.' 라고 진심어린 위로를 해주는 여자.
그들은 돈없이도 서로를 정말 행복하게 해주는 마음씨를 가졌습니다.


을 다 읽고 나서 이런 베스트셀러를 낸 그녀의 현재 삶이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녀는 2003년 남자친구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고, 드라마에 이어 이번에는 연극까지 그녀의 작품이 올려진다더군요. 물론 그 이후로도 책을 낸 사장이 없어지는 등 수난은 계속된 듯 보이지만, 책 속에 녹아있는 그녀의 거침없고도 당당한 인생은 일부로 돈을 쫓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원천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철없지만 순수하고 당당했던 나의 어린시절을 되새기게 해주었고, 며칠간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이 생긴데 감사하게되었습니다.


옥탑방 고양이
국내도서>소설
저자 : 김유리
출판 : 키스더북스 201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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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astmoney.tistory.com BlogIcon 달콤한인생e야 2010.11.15 09: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드라마 정말 재미있게 봤었는데, 연극으로도 나오는군요..
    재밌겠는데요..^^

    • Favicon of http://coffeemix.tistory.com BlogIcon 깊은 하늘 2010.11.15 14: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드라마랑 책은 거의 다른 내용이더라구요. 캐릭터도 느낌만 갖지, 완전히 다르고..
      아마 옥탑방이라는 상황이나 에피소드만 좀 갖다 쓴 것 같아요. 책이 훨씬 더 웃기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며 인간적이예요. ^^

  2. Favicon of http://animana.tistory.com BlogIcon 블랑블랑 2010.11.16 17: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이거 드라마도 안 봤었는데 책이랑 내용이 다르군요~
    깊은 하늘님 리뷰 보니까 책 잼있어 보여요~
    드라마는 별로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았거든요~
    글구 갑자기 연극도 보고 싶어지네요~^^

    • Favicon of http://coffeemix.tistory.com BlogIcon 깊은 하늘 2010.11.17 1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주 적나라한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실제 작가를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예요.
      제가 부산에 살아봐서 아는 데, 책에 나온 모든 상표와 가게이름 전부 들어봤던 것들이라 아주 재밌더군요.

  3. Favicon of http://bookand.tistory.com BlogIcon Claire。 2010.11.17 0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드라마를 얼핏 지나가며 몇 장면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원작은 책이었군요.
    인간미 넘치고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읽다보면 폭 빠져들 것 같습니다 ㅎㅎㅎ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될 것도 같고요 ^^

  4. 김유리 2010.11.23 2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 이책 쓴 김유리 예요.
    리뷰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 밤 11시 44분에 찾아낸,
    너무나 감사한 선물이네요.
    혹시 개정판을 아직 사지 않으셨다면,
    제가 한권 선물 드리고 싶어요.
    제 싸이로 들러주신다면 방명록에 성함이랑 주소 남겨주세요^^
    좋은 인연되었으면 좋겠어요^^
    www.cyworld.com/resentir

  5. Favicon of http://decemberrose71.tistory.com BlogIcon 커피믹스 2010.12.14 13: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드라마 진짜 재밌게 봤어요. 책은 또 다른 느낌이겠죠.
    축하드립니다 원작자로부터 책을 받으셨다니. 블로그의 또다른 매력이지요 ㅎㅎ

  6. 용미댁이 2010.12.18 1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로 참 좋은 인연이 생기셨네요
    글을 참 잘쓰시는 군요 맛깔나게 ㅎㅎ
    감사합니다^^.

  7. Favicon of http://life-lineup.tistory.com BlogIcon +요롱이+ 2011.06.11 1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호 잼잇게 봣던 드라마엿는데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