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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재미있는

이중인격의 슬픈 말로 - <지킬박사와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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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리메이크 된 지킬박사와 하이드(jekyll & hyde)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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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전을 읽어보자 결심하고 쉬운책부터 읽어보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읽어보았는데요, 워낙 여러 매체를 통해서 줄거리는 다 알고 있어서 반전의 충격을 느낄수 없어 조금 심심하긴 했어요.  한사람의 이중인격 범죄에 대한 이야기죠. 1800년대에 씌여졌는데도 불구하고 어쩜 예전이나 지금이나 태어나는 사람의 본질은 그리 같은지 감탄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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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하니 문득 예전 일이 떠오르네요. 하이드 정도는 아니더라도 인간의 겉모습과 완전 딴판인 경우를 한번 보기는 했었지요.
예전 회사 킹카 여자 동료의 집에서 받았던 충격이었어요. 항상 옷매무새도 단정하고 새초롬하니 이쁜 사람이었는데, 무슨 일로 집에 들렀다가 세상에~~ 헉

온집안에 산더미처럼 널부러져있던 옷가지들을 보고 깜짝 놀랐었지요. 방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현관에서부터 옷가지들을 치우며 오솔길을 내어야만 했어요.
지금 생각하니 겉모습은 청순녀였으나 실제로는 화성인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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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안읽어보고 뮤지컬이나 영화만 보았던 사람들은 지킬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것 같습니다. 대중들의 환상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 캐릭터를 한명 더 추가하기도 하고, 원래 지킬은 뼛속까지 착한 사람인데 연구를 위한 호기심 때문에 하이드를 만들어냈다가 되려 하이드에게 당한다고 각색해졌죠.

 

그러나 원작 속 헨리 지킬은 자신 내면의 유혹과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릴때부터 뼈대있는 영국 귀족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품성과 예의범절을 교육받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그의 나이 50이 될때까지 불쌍한 사람 가엾이 여기고 선행을 베풀며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였지요. 겉으로는.
그래서 늘 마음 한쪽에서 억눌러왔던 나쁜 욕망들을 분출할 곳이 없어 불행했습니다. 결국 완벽한 이중생활을 위해 에드워드 하이드를 만들어냈지요.

키크고 훈남이었던 지킬은 처음 본 하이드의 서늘한 눈빛과 찌그러진 얼굴, 난쟁이만한 덩치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게 그동안 억눌렀던 자신의 진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죠.

지킬은 결국 악행을 하다하다 살인까지 불사하며 욕망을 분출하는 자신의 본모습에 깊은 좌절과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욕망을 통제해야겠다고 결심했으나 이미 맛들인 하이드로써의 삶은 쉽게 제어가 되지 않았지요. 하루하루 날짜가 지날수록 하이드로는 쉽게 변신이 되나 지킬로는 변신이 되지 않는 지경까지 오게되었습니다. 결국 지킬로 변하는 약품이 떨어지자 하이드로 평생을 살것인지 죽을것인지 몇날몇일을 괴로워합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 하이드로 사는 삶을 택하지 않고, 자살을 함으로 죄를 속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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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 그냥 추리스릴러로 환상적인 재미만을 볼 수 있겠으나, 어른들이 본다면 왠지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있을것입니다. '이거 남 얘기가 아닌데?' 라는...

내 모습을 아무도 알아볼 수 없다면? 지금 당장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한명도 없을까? 그동안 보는 눈이 무서워 실행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도 생각날 것이고...

그러다가 지킬처럼 결국 자기의 나쁜 마음이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괴로워하다 죽게되겠지?라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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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지킬과 하이드는 한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본모습은 하이드이고 지킬의 마음은 모두가 가식이라고 한다면 절망스럽지만, 사람은 지킬의 마음과 하이드의 마음이 반씩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킬의 마음이 커지도록 무단히 애쓰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인격이 높은 사람이 되겠다고 하이드의 마음을 너무 경멸하면 부작용이 있습니다. 지킬앤 하이드 인격장애라고, 타인에겐 더 없이 너그럽다가 집에만 오면 식구들을 악랄하게 학대하는 병이죠. 집안식구들은 내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잘못을 타인에게 들켜선 안될 내 마음이라고 여겨서 무자비하게 학대하게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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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그래서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지킬이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지킬은 그냥 고매한 인격의 사람으로 전시해두고 영원히 하이드로 변해서 나쁜 짓을 하고 다녀도 되었을텐데, 정말 괴물만 남는 자신은 또 용서할 수 없는 것이지요. 현재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보통사람들도 똑같이 겪는 심리적 고통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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