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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재미있는

엽기적인 사건으로 알아본 조선의 역사 -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예전에 "사랑과 전쟁"이라는 TV드라마를 본적이 있는데, 혀를 끌끌 찼었습니다. 인간으로 있을 수 없는 엽기적인 인간관계가 너무 많아 도대체 저 작가가 누군지... 라며 혼자 한심해했었지요. 그런데, 왠걸~ 알고보니 그 모두가 실화를 재구성내용이었습니다.

'아니 저렇게 엽기적인 가족들이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단 말이야?'
라며 다시 한번 놀랐었지요.

 

그러면 현대사회만 이렇게 윤리적으로 용납이 안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걸까요? 역사책을 보면 옛날에도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딱딱한 얘기는 안그래도 무거운 눈꺼풀을 자꾸 감기게 하지만 소설가 이수광이 지은 역사소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시리즈는 심심풀이로 읽으면서 역사공부도 되는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을 읽었는데요. 읽기는 소설처럼 쉬우면서 조선왕조 실록의 내용을 많이 발췌하여 모든 사건이 실화라는 것이 더 흥미를 끌었습니다.

 

 

 

책 표지 한번 섬뜩하더군요. 왠지 저승사자 같기도 하고...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했던가요? 조선시대는 효와 예를 중시여기고 엽기적으로 사람을 살해하는 일 따윈 거의 없었을것 같은데요. 예나 지금이나 겉으로 있는척 다하면서 속으로는 사람을 개, 돼지 취급하는 양반들이 있었나봅니다.

 

 

< 그 당시 화가들이 그린 그림 -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행해지던 고문 >

 

 양반들의 살인중에서는 가장 대단한 이슈였던 것이 선조의 아들 임해군의 살인교사였습니다. 선조는 임진왜란을 겪은 터라 나라꼴이 엉망이었는데요, 그래서 자식교육을 가장 엉망으로 시킨 왕으로 꼽힙니다. 그 중 장남 임해군은 괜한 사람 잡아들여 죽이기, 부녀자 납치 강간등 그 횡포가 가관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그 중에 세도가의 첩과 놀아나다 남편에게 들통났는데, 적반하장으로 수하를 시켜 그 남편을 죽여버린 일입니다.

그럼 임해군은 어떤 처벌을 받았냐구요?
어이없게도 선조는 자신의 아들을 죄인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수사관 포도부장, 상소를 올린 피해자의 아들, 임해군을 걸고 넘어진 많은 대신들을 다 파직시키고 귀양을 보내버렸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오냐오냐 하는 자식치고 망나니 아닌 자식이 없다고 하더니만, 선조가 자식들을 딱 그런식으로 키우고 있었더군요.

 

 

 

< 혜원 신윤복의 이 그림은 보이는 것보다 음란한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 양반가의 부녀자가 밤에 쓰개치마를 쓰고 여종도 없이 어디를 급히 가는 것일까? >

 

< 간음한 남녀에게는 벌겨벗겨 화살로 쏘아죽이는 벌에 처함>

그 시대 양반가 여성들은 숨죽이고 담장밖을 나다니는 자유도 없이 많은 것을 박탈당하며 살았습니다. 특히, 정절에 관한 소문이 나면 스스로도 몹시 치욕스러워하고, 문중에서도 가만두지 않고 대단한 불이익을 주었습니다. 자유를 너무 억압하면 옳지못한 방식으로 욕구를 푼다고 하던가요?

 집현전의 학자였던 권채의 부인이 남편의 첩이었던 계집종을 몇달동안 똥과 오줌, 거름에 핀 구더기를 먹이며 항문을 꼬챙이로 찔러 죽인 엽기살인이 발생하였습니다. 세종의 총애를 받던 권채는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아름다운 문장가로 이름이 나있었다는데요, 집에서는 계집종 건드리기가 취미였다고 합니다.

결국 아무리 종이라고 하나 사람을 개, 돼지 취급한 권채의 인격을 의심하며 파직시키라는 많은 상소가 올라왔는데요, 지금의 권력자들이 그렇듯 권채는 부인이 한 일이며 자신은 전혀 모른다고 발뱀을 하였다고 합니다.  사건 수사를 위해 동원되었던 많은 하인들이 고문을 당하고 죽었지만, 정작 권채와 부인등 사건 당사자는 멀리 유배가는 것으로 죄가 탕감되었습니다.

 

 

 

명종시대라던가 선조, 광해군등 시대가 흉흉했을 때는 의적 임꺽정이나 지금의 건달과 같은 검계가 활개를 치고, 조선말기에는 해적들이 활개를 쳤는데요. 상인들의 대우가 많이 좋아지면서 이들의 재물을 탐하는 무리들이 많아져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 중 김수온이 조직을 결성하여 해적질을 하다 14명의 뱃사람들 눈을 칼로 돌려내고 바닷물에 던져버린 희대의 살인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이들이야 양반도 아닌데, 두말할 것 없이 잡힌뒤 바로 처형당했죠.

 

<살인사건 수사를 위한 지침서 무원록과, 심리록
- 무원록은 살해된 시신을 살피는 부검방법을 자세히 기록한 책이고 심리록은 각종 판례를 기록한 책>

 

예나 지금이나  지배층의 살인사건은 잡아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자칫하다간 수사관이 무고죄를 뒤집어 쓰기 일쑤였죠.
그러나, 그외 많은 백성들의 살인사건은 임금이 친히 사형에 관한 사건 심리를 했습니다. 그 또한 놀라운 사실이었어요. 임금이 살인사건의 처형 결정까지 해야하나? 라며 참 할일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중 세종, 정조, 숙종, 성종등은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항시 사건의 내용을 세심히 살피며 판결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재조사까지 시키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여튼 조선역사에 관심이 있으면 한번 읽어보면 재밌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적힌 내용과 정약용의 흠흠신서에 적힌 내용이 많이 발췌되어있어 어려운 용어도 간간히 눈에 띄나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지은이는 이런 사건을 다루면서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설명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는데요, 그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이수광
출판 : 다산초당 200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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