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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 정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 -생각버리기가 아닌 생각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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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파!!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왔던 느낌을 요약하라면
머.리.아.파.
입니다. 물론 저의 경우에 한해서 말이죠.

요즘 생각버리기, 무소유, 번뇌를 없애는게 유행인데, 이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론이 날때까지 끊임없이 생각을 얹어 생각하는 방식을 기술해놓은 책이지요.
어떻게 보면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의사결정에 대해 논리로 따지는 과정을 보자면 말장난인듯도 하고, 이런 걸 꼭 이렇게 깊이 생각해야 하나라는 느낌도 좀 들더군요. 그렇지만, 소크라테스도 이런 사고방식을 거쳐 훌륭한 철학자가 되었다고 하니 그냥 책의 내용이 골치아프다고만 생각할 일은 아닌듯도 하구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라...

그런데, 정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가 무엇일까요?
인간 본성이 악해서?
내가 남보다 우월해야 하기 때문에?

지은이 피터케이브는 영국의 철학교수로서 평소 인간의 아주 사소한 마음까지 철학적인 논리로 풀어가는 데, 탁월한 철학자입니다. 그는 대중들이 별 생각없이 인생을 흘러가는대로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논리적으로 인생을 고민하고 생각하는것이 얼마나 가치있고, 재미있는지를 밝혀주고자 하는 분이죠.



. 그럼 다시 문제로 돌아가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논리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 힌트 >

       ㉠ 사람들은 아프리카 난민들처럼 정말 불쌍한 사람에 대해서는 고소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정하거나 연민을 가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보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기는 한다.

         ㉡ 한껏 명품으로 치장하고,
        거들먹 거리며 길거리를 걸어가는 신사의 머리에 새똥이 떨어지면 엄청나게 고소해한다.

힌트가 공통점이 없어보이지만, 결론은 같습니다. 너무 잘난 사람이 계속 잘나가는 것을 배아파하는 것은 우리가 길거리의 노숙자를 보면 불편해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하다는 것입니다.

>> 그것은 바로 세상의 불평등에 대한 괴로움이지요.
보통 잘나가는 사람들 중에는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만큼 고통스럽게 노력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걸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인물을 존경하기도 할것입니다.

그러나 지은이의 글을 읽고 내 나름대로 정리해본것은...


 보통 사람들은 잘나가는 사람들에게 우연히 찾아온 행운들, 그 위치에서 마음껏 휘두르는 권력과 부, 자기에게 주어지지 않던 기회들에 대한 불평등에 화가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을 그 위치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코지를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양심상 해코지는 할 수 없고, 불같이 화는 나니 괜히 자기배가 아플밖에요.
그런데, 그 승승장구하던 사람한테 우연히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자기는 가만히 있었는데 말이죠. 그러면 왠지 아픈 배가 씻은듯이 나으면서 개운해집니다.

이것을 지은이는 세상의 평등에 대한 환희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신이 나한테만 가혹하게 대하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기쁨. 왠지 그럴듯 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노숙자를 보면 왜 불편할까요?
그것은 아마 위의 경우와 반대 입장일 겁니다. 다리가 잘린채 구걸하는 노인, 서울역안에 꾸역꾸역 들어와 더러운 몸으로 벤치를 차지 하고 있는 아저씨,
물론 그 사람들이 돈을 흥청망청 썼거나 성격이 괴팍해서 가족들이 외면한다거나 하는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알고보니 구걸이 끝나면 끝내주는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퇴근하는 걸인이 있을지도 모르구요. 그러나, 그냥 어쩔 수 없는 불운에 희생된 것일수도 있습니다. 나에게는 비켜간 세상의 불평등이 그 사람들에겐 찾아왔고, 내 앞에서 구걸하고 있습니다. 왠지 불편합니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죠. 
무의식속에 그 사람들에 대한 왠지 모를 불편함은 이런 뒤죽박죽한 세상을 인식하고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머.리.아.파
라고 했지만, 몇몇 챕터는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면 전문가 시대에 무지한 대중들에 의한 투표는 왜 해야하는가와 다이어트 한다면서 야식을 참지 못하는 이유라던가..

먼저 민주주의에 대한 필요성 부분에서는
대다수 대중들의 투표로 올바른 세상을 결정하지 못하지만 전문가집단들도 공정한것에 대한 결론을 내릴수가 없으므로 대중들은 독재자들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투표를 할 수 있다라는 결론인것 같았습니다.
지은이는 이런식으로 얘기했는데, 여러분은 뭔 소리인지 알겟는지요? ^^;;
저는 일부분 이해는 했는데, 지은이가 주장하는 바가 뭔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또,
다이어트 하면서 야식을 먹는 경우도 그 순간은 그 사람이 가장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 먹고 싶은 욕구불만을 참았을 때 오는 괴로움과 미래의 날씬한 모습 가운데에 어느 것이 더 자신에게 이익인가 라는 저울질의 결과라는 것이지요. 그 사람에게 미래의 날씬한 모습은 상상이 안되니까 더 욕구를 조절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으므로 의지박약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경우는 통상 의지박약이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여튼 또다른 결론은 의지박약의 인간이 나치의 학살명령을 주저하고 있다면 의지박약의 인간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결론을 또 내리고 있습니다.
이건 뭔 소리일까요? ^^;;

똥을 똥이라 부르지만 똥 자신은 똥이 아니라 생각하고, 실제 나쁜 똥이 아니지만 대중들은 똥이라 하므로 나쁜 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똥도 약에 쓰이므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 @.@ @.@
철학의 논리란 이런 것이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한 생각은 그래서 결론이 뭐지? 왜 이해가 안되는 걸까? 라는 찝찝함입니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이런 논리들이 이상해보여도 모든 상황을 무심히 넘기지 않고, 생각의 벽을 정교하게 뚫는데는 효과가 있겠다는 깨달음도 있었습니다.

평소 깊이 생각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은 깊이 사고하는 사람들의 스타일을 엿보는 방식? 정도로 이 책을 활용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
국내도서>인문
저자 : 피터 케이브(Peter Cave) / 배인섭역
출판 : 어크로스 20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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