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삶, 조언

[시집]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마라 - 헤매는 자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
이 시집은 : PD이자 시인인 박해선의 러브레터.

지금 이 순간 길을 잃고 헤매는 여러분께 들려주는 슬픈 러브레터.


                                              안부

        돌아보지 마라
        눈물 난다
        세상 그리움에게 더 이상 안부를 묻지 마라
        네 뒷모습 보고 있을 그대에게
        네 눈빛 다시 보이지 마라
        이제 그리움들은 다 잘 있다
        너 없이 잘 있다




                                          우 리
                                          사 랑

        세상의 사랑이 더 이상
        사랑이 아닌 것은
        사랑하다 그만 두기 때문이다
        세상의 그리움이 더 이상 그리움이 아닌 것은
        그리워하다 그만 두기 때문이다



                                   

                    <박해선님이 연출, 기획하셨던 프로그램들.>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 (양장)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박해선
출판 : 헤르메스미디어 2010.11.08
상세보기


이 책「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마라」는 시인이자 PD, 예능국장이었던 박해선님이 짧지않은 외로운 시간동안 쓴 시집입니다. KBS PD 팀장 시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을 뒤로하고 가족들과 떨어져서  이곳저곳 헤매면서 이 글을 남겼습니다.


                                               악몽

        후우!하고 불면 밀가루처럼
        뿌옇게 날아올라
        내 눈가며 콧잔등에 묻어날 것만 같은
        부끄러움들
        잠 못 드는 깊은 밤에 다리가 저려 앉아 울었다
        .
        .
        .


  ●시는 노래다.
그전에 '시'라는 존재는 사실 저에게 넘기 어려운 벽이었습니다. 학교때부터 시를 글로 배운 저는 앞뒤 문맥이 연결되지않는 것에 머리가 아팠죠. 
그랬었던 저이지만, 방송국 PD가 시인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신기해 선택했던 이 책은 '시는 노래다' 라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문득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이 책 또한 글로만 읽었을 때 저는 의미파악 병이 도져 다시 머리가 아파졌습니다. 그러나, 책 뒤에 시를 낭독한 CD가 들어있었습니다. 그와 연관이 있는 이문세, 김장훈, 윤도현, 호란등의 목소리였죠. CD플레이어에 넣고, 음악이 흘러나오자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왠지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더군요.
윤도현의 목소리로 <안부>라는 시의 첫구절을 듣자, 그가 말하고 싶은 게 뭔지 저절로 느껴졌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활자로 보이는 시보다 들리는 시가 훨씬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과거는 고체이고
            현재는 액체이고
            미래는 기체다.
            어쩔래?

            .... 고체속에는 생명이 없다.


 
            지금껏 만났으나 피하고 싶은 사람들을 다 용서했다.
            그리고 등 두드려 보냈다.
            이제 고마운 사람들만 가득이다.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의 전성기는 있었고, '왕년에 ~' 로 시작한 이야기 한자락 갖고 있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 '왕년에~' 라는 단어는 '지금은 ~' 이라는 슬픈 구절을 숨기는 단어입니다. 시인 박해선이 겪었던 인생굴곡, 그러나 현재는 액체라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감정의 정리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용서할 수 없었던 사람들, 그리운 가족들, 놓지 못한 그리움들....'
을 갖고 있는 사람들께 이 구절을 읽어드립니다.

            추기경님,
            그분의 얼굴이
            점점 더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조금만 참아라 다         지나간다"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