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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 정치

대박의 또다른 환상, K팝 스타 아이돌 - <아이돌>

몇달간 경제, 사회에 관한 주제를 다룬 심각한 책만 보았더니 머리가 아파서 쉴겸 <아이돌>이란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심심풀이 가십거리를 어떻게 잘 포장해서 덜 가십처럼 만들었을까 하는 기대도 했구요.
아, 그런데 이 책도 기대보다 머리가 아프더군요. 13명의 공동저자들이 대부분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방편으로 아이돌을 분석해놓아서 그런지 초반에 어떤 저자는 잘 모르는 경제, 사회 용어를 어찌나 많이 썼던지 좀 짜증이 났습니다.
그러나, 한두분만 좀 어려운 용어로 도배를 해놓았고 나머지 분들은 재미있게 쓰셨더라구요. 그래서 뒤로 갈수록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책은 아이돌 팝문화와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 물결의 연관성, 아이돌 음악세계와 대중의 소비심리에 대해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위주로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세미나와 월례회를 통한 참여자들의 발표 논문을 중심으로 엮어놓았습니다.

그 중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오디션과 오랜 연습생 기간을 통해 화려한 스타로 떠오르는 아이돌의 성공담은 현대판 영웅 신화라고 분석합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강화된 신자유주의 경쟁 시스템을 대변하는 것이며, 잦은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의식과도 맞닿아 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빅뱅의 멤버선발과정에서 부터 시작된 실력위주의 탈락자 선정, 승자의 모든 영광 독차지 같은 것이 현재 자유주의 의식과 닿아있는 것이지요.

<2006년 곰TV  다큐 프로그램 방영당시 신생 빅뱅 멤버>


 

 ."지금 이 시대는 하나의 신화를 먹고 살아간다. 그것은 자신도 TV에 나오는 누군가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다. 그 밑바탕에는 '나도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짙게 깔려 있다. 그리고 현재 그 욕망을 표상하고 있는 것은 '아이돌 그룹'이다."
아이돌 열풍이 "청소년들의 꿈과 미래가 획일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며 나아가 자신들의 다양한 가능성과 잠재성을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12쪽)

 

 

그리고, 다른 재미있는 것은 아이돌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히트했는지 하는 분석이었습니다. 2004년 동방신기 이후의 아이돌들은 1990년대 아이돌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했던 고생스러운 트레이닝을 언론에 강조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노력해서 성공한 아이돌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였습니다. 그러면서, 순수한 청소년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투영시켰습니다. 아이돌이 어떤 음악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내면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지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팬들은 요즘 아이돌은 노래를 잘 불러서 좋아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아이돌이 어릴때 술, 담배를 했다던지 깡패였다던지 하는 것이 인물을 평가하는데 더 날카로운 잣대였지요.

 

2007년 이후 생겨난 걸그룹 열풍에는 순수한 어린 여아들에 대한 성애의 관점에서 조사한 논문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없었던 남자팬덤을 일컬어 왜 "삼촌"이라고 하는가에 대한 이유도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블로거가 어린 걸그룹 열풍을 남자들의 "롤리타콤플렉스(Lolita complex) :소아기호증" 으로 언급했을때 많은 남팬들은 흥분했습니다. 누가 어린 여자아이들을 다 그런식으로 생각하느냐고 팬들을 변태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죠. 그래서 남자팬들의 명칭은 "오빠"팬도 아니고 "아저씨"팬도 아니고 가족적인 느낌의 "삼촌"팬이 된 것이지요. 오빠나 아저씨는 아무래도 이성애적 느낌이 있으니까요.
저는 여자라서 좋아하는 남자 스타 팬카페에 들어가보기도 하는데, 여자들은 남자 스타들의 복근을 보고 멋지다를 연발하기도 하고 팔뚝을 만져보고 싶다고 하기도 하고 아주 노골적인 이성애적 표현이 게시판에 넘쳐납니다. 그래도 그냥 주책맞다면서 서로 웃으며 즐기는데 남자팬들은 그런 감정을 가지는 것이 참 문제가 되나보군요.

 

아이돌은 "인간 자본"으로서 기업의 상품으로 포장을 합니다. 소녀시대가 자기 맘대로 그런 컨셉으로 유럽느낌의 노래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 소녀시대의 어릴적 오디션 장면을 인터넷에서 본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가수로서의 실력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오디션에서 어떻게 합격했는지 참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비로서 의문이 풀리더군요. 그들은 오디션에서 다 착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어린나이에 오디션에 도전했다는 것도 긍정적인 이미지입니다. 어릴때 가창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던지 하는 것은 아이돌로 성장하는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셈이지요. 대중들이 원하는 사람은 "성실, 착함, 순수, 예쁨" 이런 것들이니까요. 그런 아이들이 섹시하고, 친근한 성격을 갖고 있으면 바로 금상첨화이지요.

 

마지막엔 부록으로 1세대 아이돌부터 현재까지의 아이돌 계보를 실어놓았는데, 정말 4년을 넘기지 못한 그룹이 부지기수더군요. GOD도 그렇고 HOT, 젝스키스, 그외 여자그룹, 혼성그룹, 다국적그룹.. 등 지금 활동하는 몇몇 개인들을 빼고는 다들 그 반짝 몇년을 위해서 그렇게 청소년기를 다 보내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지금의 많은 청소년들이나 그 부모들도 아이돌들이 전성기때 보여주는 대박신화를 쫓아 그렇게 기획사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겠지요. 전성기 몇년이 끝난 뒤 남은 그 긴 인생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은 얼마나 하고있는지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아이돌 IDOL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출판 : 이매진 201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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