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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 정치

정상적으로 미쳐가는 <대한민국 욕망 보고서>

"어.. 저기 자기계발 서적..."
"자기계발서적은 보지마.."
"왜?"
"그 왜.. OOO가.. 자기계발서적 보지말랬잖아.."

이것은 서점의 [자기계발] 코너에서 책제목을 훑어보고 있던 나의 등뒤에서 이루어진 청춘남녀의 대화입니다. 순간, 이게 무슨 소리? 라며 그 커플을 바라보았죠. 꼭 나보고 하는 소리인것 같아서 좀 기분이 아리송하기도 했구요.
왠지 좀 머쓱해져서 자기계발 옆코너로 눈길을 돌렸는데,
그것은 [사회과학]코너였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이 책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대한민국 욕망 보고서>


정말 안팔릴것 같은 책표지였어요.
'사회과학책은 이래야 제맛이지.'
라며 혼자 웃었습니다.

이런 진보주의 책은 보수주의에 세뇌된 나의 껍질을 조금씩 벗겨주는 역할을 하지만, 세상의 불합리를 너무 많이 느끼는 순간 머리가 아프고, 뭔가 불편하게 하는 이중성을 느끼게 하기도 하죠.
이 책도 읽고나니, 뭔가 우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막연히 느끼고 있었지만 모르는척 하고 있었던 자본주의의 실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느낌이랄까요?

 

이 책에는 노무현 정부와 MB정부가 들어서고 일어났던 여러가지 사건들을 되짚어보며 그 속에 숨어있는 욕망의 실체에 대해서 신랄하게 논거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여러가지 사건들 중, 저는

- 사교육 : 넌 다를거야
- 부동산 신화 : 내 집에 황금송아지 있다
- 벤처 : 욕망이 청년을 사로잡다
- 88만원 세대 : 우린 아마 안 될 거야
- 연쇄 자살 : 죽음의 블랙홀, 집단적으로 전이되다
- 아이 : 욕망해방의 최전선에 선 전사들
- 용산참사 : 죽음의 권력에 맞선 욕망의 미시정치
- 도룡뇽소송 : 분자적 결단이 기계적 이질생성을 만들다
- 대운하 : 욕망, 절멸의 에너지인가? 생명의 에너지인가?

22개의 소주제 중 위의 소제목들을 아주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외에 이주민, 성노동, 부안항쟁, 노숙인, 신용대란, 붉은악마 같은 모든 이슈들이 다 다루어져있죠.

 


요즘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바로 이 생각때문입니다.


 " 내가 제일 먼저 저 사다리를 탈거야.
 그럼 저 사랑은 모두 내꺼거든.
 그렇지만, 사다리를 못 타면 죽을지도 몰라~~~ " 

자본주의에서 사다리는 다른 사람의 실패를 딛고 올라가거나, 노동가치나 지식가치, 생명가치를 무단으로 취하며 그 이윤으로 돈을 번 사람들의 소유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미쳐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교육에 혈안이 된 엄마들이 자본주의의 논리에 세뇌되어 아이를 학대하고 있으며,
부동산 성공신화에 동조한 시민들이 뉴타운 개발에 따른 용산참사를 외면하고 있으며,
박정희식 개발주의에 물든 정부가 대운하로 경제를 살린답시고, 땅의 생명을 마구 파헤치고 있으며,
주류의 사람들은 경쟁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자본주의 논리에 맞춰 주변인으로 소외당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고...


책을 읽다보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노동가치를 적게 책정해 이윤을 남기든지,
불량식품이나 국토개발로 저소득층이나 동식물의 삶을 해친 생명가치를 무단으로 취하든지,
인터넷 벤처 기업처럼 집단지성의 지식을 공짜로 취해 이익을 남기든지...

다양한 가치들을 빼앗아 돈으로 바꾸면 승리하는 구조이더군요.


수정자본주의가 성공했다고 선전하지만, 지금 현시점에서는 좀 더 많은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승리한 소수의 부르주아 성공신화를 모든 사람들이 따라가려고 하다보니,그들과 똑같이 돈가치외의 모든 가치를 무시하는것을 당연시 여깁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작가 신승철님의 주장은 일목요연하고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았으나, 너무 전문용어를 많이 썼더라구요. 신자유주의 라던지, 파시즘, 미시파시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재영토화, 탈영토화... 등등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빗대어 많은 현상을 설명하다보니 그 컴플렉스를 비유하는바가 뭔지 이해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어요...ㅠ 

여튼 <욕망>에 관해 지루한 것을 이기며 읽으려 노력하면 현대의 욕망과 돈의 흐름, 집단 광기에 대해서 좀 통찰을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욕망보고서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신승철
출판 : 당대 20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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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제일 처음의 자기계발 얘기로 넘어가면 그 젊은이들은 아마 어떤 권위있는 사람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을것 같아요. 그럼 그 권위있는 사람은 왜 자기계발 서적을 읽지 말라고 했을까.. 생각해보니
자기계발 서적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성공신화에 가장 부응하고 있는 존재이지요.

"성공한 사람들은 다 자기계발을 열심히 해서 노력한 사람이다.
그래서 권력과 부가 남보다 많이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자기계발 서적에 나와있는것처럼 하지 못한 너희들은 가난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

라는 무의식을 자리잡게 하니까요.
지은이는 자본주의는 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지독한 노력만이 부를 모두 거머쥘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 다른 사람들의 부를 빼앗도록 시스템을 설계해놓았을까... 라는 반문은 왜 안하느냐고 말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