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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재미있는

상위 0.1% 오타쿠들의 <아주 보통의 연애>

 몇몇 사람들은 연애라는 단어만 보고 이 책을 집어든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머리 아플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소설이겠거니.. 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왠걸...

이 책의 제목이 바로 낚시입니다.
이건 [보통의 연애]가 아니라 [괴기스러운 연애]라고 해야 맞지요.



지은이 백영옥님은 드라마 <스타일>의 원작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 드라마는 보지 않았지만 김혜수의 "엣.지.있.게~"라는 유행어는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이 소설이 보통 연애소설과 다른 점은 작가의 어둡고 신비한 개성이 잘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평범한 일상을 사는 듯 보이는 주인공들의 괴기스럽거나 추악하거나 이상한 내면이 드러나면서 독자의 사고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내용이지요.

 짝사랑하는 남자의 영수증을 집요하게 모으는 여자의 이야기 - 아주보통의 연애
자신에게 청첩장을 주문한 사람들의 결혼식을 찾아가 천연덕스럽게 사진을 찍고 살인까지 저지른 - 청첩장 살인사건
대기업 CEO자리에서 혼자 온갖 못된짓은 다하다 급격히 추락한 사람의 장기매매 값 육백만원 - 육백만원의 사나이
애인과의 잠자리에서 병적으로 콘돔의 재질에 집착했던 여자, 알고보니 그녀는 에이즈 걸린... - 미라
결혼과 약혼을 한 뒤 갑자기 손가락이 잘린 세남자, 그들은 알고보니 명문K고의 동창생, 그들의 손가락을 가져간 여자는... - 푹
등..
8개의 단편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내용들입니다. 


 칙릿(chicklit) 소설.
74년생 만37세인 백영옥님은 한국형 칙릿소설을 쓴 작가입니다.
칙릿이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섹스 앤 더 시티>, <올드 미스 다이어리> 처럼 주로 20,30대 미혼여성들의 일과 사랑, 욕망에 대해서 다룬 문학을 말합니다.
지난번 방송되었던 <스타일>도 한국형 칙릿 작품이죠. 패션과 미디어, 일과 야망속에서 좌충우돌하는 현대 미혼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책 <아주 보통의 연애>를 읽으면서 곳곳에 숨어있는 화성인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떤 블로거는 현대여성으로서 캐릭터들의 심정이 아주 공감이 간다는 리뷰도 보았습니다.

'술 먹은 다음날, 화장실 변기에 쏟아놓은 끈적한 토사물처럼 영수증은 우리가 토해낸 일상을 투명하게 반영한다'
'한 장의 영수증에는 한 인간의 소우주가 담겨 있다. 취향이라는 이름의 정제된 일상, 흡연처럼 고치지 못한 악습들, 다이어트를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삼십대 도시인의 정체성까지.'- 아주 보통의 연애 중에서

'육만오천원씩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육 개월 할부의 잔해' 연애에 실패한 사람들의 고통 - 미라 중에서 

K고등학교에서 성적은 계급을 나누는 분명한 방식이었으므로 빛나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계급은 '성골'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골'도 아니었고, 그저 얼굴이 예쁜 가망없는 '평민'일 뿐이었다. - 푹 중에서


이 책은 단편집이라 어떤 주제는 재미있고, 어떤 주제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몇몇 편은 서두가 꽤 재밌어서 결말이 너무 궁금해졌었는데 작가는 희한하게도 맥풀린 끝맺음을 하고 말더군요. 그래서 실망과 호기심을 반복시키는 소설집이었습니다. 오히려 이 리뷰를 쓰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니, 알아낸 여러가지 정보들이 더 재밌네요.. 칙릿소설이라던지, 현대 젊은이들의 결핍에 대한 묘사라던지..

- 이 소설속에 계속 등장하는 몸이야기.
- 20,30대 젊은이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 백영옥님.
소설속 에피소드처럼 요즘 젊은이들은 몸에 대한 강한 혐오와 숭배, 내면의 결핍과 더불어 물건에 대한 강한 집착등에 많은 공감을 하는걸까요? 문득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생활방식이라 치부했던 내 자신이 고리타분한 기성세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주 보통의 연애
국내도서>소설
저자 : 백영옥
출판 : 문학동네 20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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