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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 정치

[책리뷰]감정노동 -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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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도 계급? 지위가 낮은 사람의 감정은 필요없는 세계.


감정도 노동!!

얼마전 책을 읽다 저자가 우연히 언급한 ' 무시당하는 감정노동' 이라는 글을 읽고, 감정 노동에 급관심이 생겼습니다. 
이 책은 제목만 보고 집어들었는데, 깊이있는 노동의 한분야로서 감정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 아주 심도있고, 섬세하게 설명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완독하기에는 꽤 많은 집중력이 요구되었습니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로는 너무 깊이있게 들어갔고, 관련 전문가가 보기에는 다 아는 정도의 책이랄까요?


감정노동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앨리 러셀 혹실드(Alie Russell Hochschild) / 이가람역
출판 : 이매진 200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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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웃으니까 사랑스럽지? >


고객 감동의 두 얼굴.

" 고객은 왕입니다. 어떤 무뢰한을 만나도 다 우리집에 온 손님이거니 생각하고 무조건 '죄송합니다!'라고 하세요."
한 회사의 보스는 고객을 바로 대면하는 직원에게 이렇게 명령합니다. 직원들은 부처님처럼 연기하기를 강요받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행기 여승무원에게 장난으로 성희롱을 하고, 간호사에게는 의사를 대할때와 달리 쉽게 투덜거리게 되죠.

반대로 연예인이나 배우는 감정노동을 잘해서 존경을 받기도 합니다.



너의 감정 따위는 필요없어!

<M&M 대표 최철원, 화물차 노동자에게 야구방망이 폭행.>


최상류층의 자녀교육   " 네가 제일 중요하니까, 네 마음대로 해. "
중간층의 자녀교육      " 너는 중요해, 그러니까 분노를 조절해야 돼."
하류층의 자녀교육      " 너는 중요하지 않아. 그러니까 시키는 대로 해."

지은이는 내용 중에 계급간의 감정노동에 대해서 많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계급은 아마 아버지의 직급에 따라 나눈것 같습니다. 얼마전 최철원이 돈주고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폭행했죠.  이 사건은 이런 감정교육의 결과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자들은 상대방을 높여주어야 합니다. 고로 자신은 상대방보다 아래에 있어야 하죠. 
그래서 표면행위는 친절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내면행위는 이렇습니다.
'내가 너보다 아래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당신을 기분좋게 하는게 내 일이니까 웃는다.'

요즘은 회사에서 진심으로 고객을 배려하는 마인드 컨트롤 방법을 교육한다는 군요. 그래서 모든 내면행위가 이렇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대신 개인의 감정 소외가 일어나죠.


하찮은 감정노동의 대가

더 힘이 있는 쪽은?

신입사원 < 선배사원,
부하직원 < 사장,
서비스 업종 < 비서비스 업종,
 여성 < 남성,  엄마 < 아빠.

눈치채셨겠지만, 이들은 자기 고유의 일을 하지만 두명중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감정노동을 더 해야합니다. 분노를 터뜨리지 못하고, 참아야 할 일이 많죠. 남자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낮은 사람은 자기 직무 외에 감정 조절을 더 해야하죠. 그것은 월급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여기는 서비스가 왜 이렇게 엉망이야!!!

신입사원 :    죄송해요. 제가 처음이라 너무 서툴러서 처리를 못했어요.

1년된 사원 : (아 짜증..내가 이러고 살아야 하나.) 죄송해요. 바로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노조가입자: (사장자식, 돈 좀 그만아끼고 사람 좀 늘리지...) 죄송해요. 저희쪽에서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빠르게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여기서 감정조절을 하면서 자아도 존중받은 사람은 노조가입자입니다. 이건 제가 가상으로 만들어 본 대화인데요, 여기서 신입사원은 화가 나는 자신에게 죄책감까지 갖고 있는 경우입니다. 1년된 사원은 죄책감은 없지만, 자아를 상실하고 자괴감에 빠져있는 상태구요. 노조가입자는 사태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보고있는 것입니다.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얼마전 아이와 에버랜드를 갔다가 놀이기구 운전하는 사람들이 너무 즐겁게 진행을 해서 기분이 한껏 업되었습니다. 그 이후 제가 사는 근처의 조그만 눈썰매장 놀이기구도 타게 되었는 데요. 그들은 정말 무뚝뚝 그자체였습니다. 돈 냈으니 빨리 타세요.. 이런 식이었지요.
문득 궁금했습니다. 에버랜드직원들은 여기 직원들보다 돈을 얼마나 더 많이 받을까?...
혹시 사장만 돈을 많이 벌고 있는건 아닐까?


물론 친절한게 나쁜건 아닙니다.

예전에는 공무원들이나 경찰들이 시민들에게 거의 위협적인 수준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지위가 역전되어가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서비스업종이 무척 증가하고 있습니다. 웃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죠. 그러나 그들이 받는 월급은 최하이고, 자아는 더 떨어졌습니다.
지은이는 친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하루 15시간씩 미소짓고 있는 여성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나타냈습니다.


자신의 자아가 올라가는 직업?

의외로 추심원이었습니다. 돈 떼어먹은 사람 돈 받아주는 일을 하죠. 돈 떼어먹은 사람은 게으름뱅이에 사기꾼, 무책임한 잡놈쯤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 다음에 육두문자만 빼고 온갖 막말을 다 뱉습니다. 법이 정한 시간에 매일마다 전화를 해서 돈 안갚는 놈은 세상에 필요도 없는 버러지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그러면 전화 한 사람은 왠지 필요한 사람, 세상의 주인같은 생각이 든다구요..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본사에 '더러워서 돈 갚는다'는 고객의 불평 전화가 들어오면 몹시 칭찬받는다고 합니다. 그런 기쁨이 있으니 추심원 일을 하는 사람이 계속 그 일을 하나 봅니다.


●감정도 노동이다.

책에는 많은 감정법칙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문화에 따라 어떤 사람들은 슬프지 않는데, 슬퍼야 한다고 강요받고 기쁘지 않은데 웃어야 한다고 강요받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기대하죠. 엄마는 당연히 가족을 위해 욕구를 자제해야 하고, 부하직원은 당연히 상사한테 존경을 표해야하고, 마트계산원은 당연히 무례한 고객에게도 고개를 조아려야 한다구요. 

감정조절도 힘든 노동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저도 사람을 보는 눈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