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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쓸모없는 일꾼, 인간 - <리얼휴먼>을 보고

 

어릴때는 지구가 내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무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었고, 부모님은 늘 칭찬을 해주시거나 하기 싫은 건 안해도 된다고 하셨으니 좌절해본적도 없고, 당연히 세상은 항상 즐거웠죠.

그러다 스무살 넘으면서 한번씩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일이 생기고, 지금은 내가 참 별거 아닌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얼마전 미래학 책을 읽고, 상위 10%이상의 능력이 출중한 사람 위주로 세상을 변화시킬려고 하는게 아닌가라는 반발심이 생겼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식으로 변해왔었는데, 그런걸 이제 알았냐고 하면 할말은 없습니다.

첨단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려는 사람들의 인식을 평범한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공유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건 얼마전 공동식당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접하고 그게 무슨 뜻인가 인터넷을 찾아보았을때였습니다.  유비쿼터스도 그렇고 공동식당도 그렇고 다 같은 생각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주부들이 가족들을 위해 요리에 시간 뺏기는 것이 의미없는 행동이라고 단정지은것입니다. 아파트마다 주부들이 비슷한 시간에 요리를 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거대한 공장같다고 말하더군요.  여자들은 그 시간에 다른 의미있는 일을 하라구요.

 

 


 

 

 

얼마전 KBS2에서 토요일 밤에 방송중인 '리얼휴먼'이라는 스웨덴 드라마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프로그램을 단순하게 설명하면 미래의 로봇이 인간과 같은 대접을 받기 위해 투쟁을 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놀랐던 것은 그 투쟁을 도와주는 것이 로봇이 아니라 로봇에게 애정을 느낀 인간들인 점입니다.

왜 인간이 로봇의 인권투쟁을 하는 것일까요?

몇몇 사례를 보면 무능력하고 성격안맞는 남편대신 잘생기고 자기 비위를 잘 맞춰주는 남자로봇에게 사랑을 느껴 이혼하는 부인들이 나타납니다. 또 다른 사례는 혼자 사는 노인이 오랫동안 자기의 말벗이 되어준 로봇이 고장나서 폐기처분해야하는 데, 차마 죽이지 못하고 지하방에서 몰래 돌봐주는 것입니다. 더 가관인것은 친딸이 새로 사준 로봇은 노인의 안정을 적극적으로 책임져야하는 임무를 띠고 모든 행동을 감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 매춘이 금지된 미래에는 여자로봇이 매춘을 대신합니다. 또, 거대한 제품 공장에 똑같이 생긴 수백개의 로봇이 일을 하고, 실수를 하는 인간은 다 해고당합니다.

로봇이 인간 세상에 침투해 오는 것을 못마땅해 하던 여주인공이 있었습니다. 변호사였는데, 그녀 또한 로봇에게 빠져있는 친구의 로봇애인 인권투쟁 변호를 맡기로 자청합니다. 최초로 로봇인권 변호를 맡아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싶은 욕심때문이었죠.

 

 

 

 

점점 머리를 더 많이 써야만 하는 직업만 살아남고, 몸을 많이 쓰거나 매뉴얼이 나와있는 직업은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세상에 없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창의력을 발휘할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구요.

 

드라마에 나온 등장 인물중에 실수를 한다고 직장에서 해고당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조만간 지구에 진짜 인간은 수백명 뿐일거라고 고함을 칩니다.
현재 다른 인간들은 편리함 때문에 진짜 사람이 죽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구요.

 

로봇판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에 발맞추지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이 죽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요즘 트렌드입니다.

 자본주의에서 가난한 자는 세상에 발맞춰 노력하지 않은자이고 고로 죽어 마땅한 일이라고 인식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점점 근면 성실만 갖고 세상을 사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사기치지 않고 꾸준히 가족을 부양하였으나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 또한 머리가 나빴기 때문이라고 당연시할듯 하구요.

 

사람들은 상위 10%의 머리좋은 사람들이 주입시키는 가치관을 함께 공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스웨덴의 드라마처럼 미래가 정말 그렇게 변할듯 해서 오히려 더 소름이 끼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