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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재미있는

누가 인간이고, 누가 인간이 아닐까? - <인간의 증명>★★☆

이번 MBC 드라마  '로열패밀리'의 원작이 인간의 증명인데요. 책이랑 드라마는 많이 다릅니다.
이 책은 1990년대에 출판된 추리소설인데요,
사람과 인간의 본질, 양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 시대적 배경이 오래되었지만 읽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증명
국내도서>소설
저자 : 모리무라 세이치 / 강호걸역
출판 : 해문출판사 20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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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있어서는 범인도 적과 같은 것이다.

인간이 법률이라는 대의명분 아래에서 인간을 몰아세울 수 있는 직업은 경관이 제일이었다.
사회정의를 위해서가 아니고, 인간을 더는 도망칠 수 없는 궁지에 몰아넣고 그 절망과 신음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느긋하게 구경하고 싶었다.
무네스에는 사회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고 인간 전체에 복수하기 위해서 형사가 된 것이다.

   본문 중에서 -


 

 그는 1천엔짜리 지폐 한 장을 가지고 소풍을 갔다.
배낭 안이 텅 비어 보기가 싫어서, 곰 인형을 넣어 갖고 갔다.

목적지는 산속 호숫가였다.
엄마가 준 돈 1천엔은 이런 산속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다른 집 아이를 따라온 부모가 보다 못해 주먹밥과 마실 것을 나누어 주었지만,
그는 그때 배낭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보이기가 부끄러워서
얻은 주먹밥을 혼자 외따로 떨어진 호숫가에서 먹었다.

주먹밥을 입안에 잔뜩 넣었으나
눈물이 자꾸만 뺨을 타고 흘러서 견딜 수가 없었다.

   본문 중에서 -


 인간 : 조니헤이워드

미국 할렘가, 뉴욕의 배설물이라고 하는 곳에서 일본으로 날아온 조니.
조니는 피묻은 손으로 가슴팍에 꽂힌 칼손잡이를 감싸쥐고는 기적처럼 호텔스카이라운지까지 올라갔습니다.

 

인간 : 켄 슈프탄

미국 할렘 쓰레기 아파트에서 사람대접을 받기 위해 지원한 일본 군대.
그러나 그것도 잠시, 비루한 본국의 집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 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점령국의 군인으로써 나약한 일본여성을 겁탈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인간 : 무네스에

터진 만두봉지 사이로 쏟아진 만두껍질을 짓밟고 5살 어린이가 서있었습니다.
참혹하게 매찜질을 당해 길거리에 가로누운 아버지의 핏자국 위로 오줌세례가 쏟아졌습니다. 어린아이임에도 아버지를 내팽개치고 도망친 일본여자와 오줌을 갈기는 미군을 오래도록 기억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한많은 인간들의 이야기가 지그재그로 펼쳐진 추리소설.

 어머니께 제가 방해가 되는군요.

본문 중에서 -

조니가 그의 한많은 인생을 마치기로 결심했을 때 마지막으로 한 말입니다.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면서, 또 누군가는 나를 사랑하고 보듬어줄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세상에 단1명일지라도 그 사람때문에 인간으로 살 가치를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단하나뿐인 핏줄, 생모를 찾아 태평양을 건너온 아들이었지만 자신은 죽어줘야하는 인생이란걸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단하나 가치였던 어머니를 살인자로 만들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 자기 가슴에 칼을 꽂아서, 엄마의 기억속에 방해자가 아닌 연민이 깃든 아들로 남길 원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람이 아니었던 적이 있다.

몰매로 매타작을 당하는 사람을 보고도 보복이 두려워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사랑으로 아이를 낳았다가 사랑이 식으면 아이를 버리기도 한다.

지저분한 일을 하는 부모님을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모른척 해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일까?

문득 책에 나온 등장인물의 마음이 되어보았습니다.

-사람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죄책감으로 오랫동안 괴로워했습니다. 그에게 내가 정말 필요한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주저없이 나의 죄를 인정했습니다.

-그 어린아이에게 평생의 상처를 준 자신이 아주 뒤늦게나마 보은을 하게 된것 같아 이루말할 수 없이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나쁜짓을 한뒤로, 평생 괴로워 했다는 그 인간을 용서할 수 있을까, 보듬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왠지 따뜻한 눈물이 흐르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재능과 상관없이 먹고 살려면 아무곳에나 취직을 해야했던 작가가 그리워했던 건
하나의 안식처였습니다. 그 안식처는 어린시절의 어머니였죠.

소설속에서 어머니의 가슴속에 죽어서라도 쉬고 싶은 아들의 절박함이
작가의 무의식과 잘 어우러진 것 같았습니다.

인간의 증명!!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었던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