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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재미있는

[책리뷰]그림동화집 - 꾸민 잔혹동화? 실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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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19세기에는 죽은 범죄자의 피를 마셨다?

항상 원본 동화집이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어릴때 너무 순화되고 아름다운 내용으로 배웠었죠. 동화 춘향전이라던가 심청전등도 원본은 더 외설적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림동화집은 안데르센 동화집처럼 창작한 동화집이 아닙니다. 그림 동화집은 독일의 구전 동화를 당시 학자였던 그림 형제가 수집하여 이야기책으로 출판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림동화집
국내도서>소설
저자 : 그림형제(Grimm) / 이민수역
출판 : 노블마인 200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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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兄弟) GrimmBrothers>

● 잔혹 종결자, 그림동화집.

 이 동화집에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빨간 모자 아가씨 같은 유명한 얘기도 있고, 덜 알려진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동화 신데렐라는 착한 재투성이 아가씨가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산다는 게 알려진 결말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 보면 신데렐라에게 못된 짓을 한 언니들이 새들에게 두눈을 먹히는 것이 최종 결말입니다.

그리고, 백설공주는 새엄마인 왕비가 뜨겁게 달군 쇠로 만든 신을 신고 춤을 추는 벌을 받는 것이 결말입니다.  또 하나, 향나무라는 동화는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새엄마가 전처의 아들을 죽여서 친아버지에게 살코기를 먹입니다. 그이후 향나무 밑에 묻힌 친아들이 작은 새로 변해 새엄마의 악행을 노래합니다.


●그림형제는 왜 이런 이야기들을 모았을까요?

19세기 당시 독일은 프랑스 나폴레옹 군에게 점령당하고 있던 시기였다고 합니다. 독일의 민중들은 아직 마법과 마녀, 신비한 미신을 믿고 있던 시기였는 데, 프랑스의 근대적인 문물이 들어온 것이지요. 그림형제는 몇 안되는 지성인으로서 독일의 뿌리를 찾고자 했습니다.
우리도 만약 일제 점령기가 아주아주 길어져서 장화홍련전, 심청전, 흥부놀부 같은 구전 소설이 전혀 없다고 하면 정말 끔찍할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문화가 아예 없던 것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그림 형제는 여기저기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일일이 전해듣고 앞뒤가 맞도록 줄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난폭하고 세련되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독일의 뿌리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순화해서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집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동화속에 나오는 계모들은 대부분 친엄마라고 합니다. 친엄마의 자식 죽이기는 너무 잔인하니까 그나마 순화해서 계모라고 바꾼것이지요. 털복숭이 공주라는 동화에서는 친아버지의 근친상간을 암시하는 글이 나오기도 합니다.
친아버지는 왜 새아버지로 안바꿨는 지 모르겠네요.


●더 순화할수는 없었을까?

왜 그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해치우는 이야기들이 구전되어질까? 미친 사람이 쓴 이야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9세기 당시에는 독일에 낭만주의가 널리 퍼져있었고, 이성적으로 깎이고 다듬어진 예술에 대한 반항정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만해도 마녀사냥이 공공연히 이루어지던 시기이고, 광장에서 죽은 범죄자의 장기를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미신도 있었다고 합니다. 민중들이 이성보다는 본성에 따라 행동하였고, 마법이나 알지 못하는 신비한 힘에 두려움을 가지기도 했답니다.
 예술가들은 감성은 바로 민중의 정제되지 않은 삶에서 오는 것이며 그것을 최대한 이성의 힘으로 바꾸지 말고 날것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헨젤과 그레텔의 아이를 잡아먹는 할머니는
아마 숲속에 사는 여성을 마녀사냥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이야기일수도 있다는 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일지라도 그것은 그 당시의 독일 민중들의 정서를 반영한 이야기입니다.



●이 정제되지 않은 책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줘야 할까?

저는 제가 기억하는 대로 풀어서 이야기해줄 것 같습니다. 동화의 공주들은 왕자에게 간택이 되기만 바라는 인형처럼 수동적으로 나옵니다. 그 당시에는 여성에 대해 훨씬 선입견이 강했고, 할 수 없는 것이 많았다고 시대적 배경을 덧붙여주면 아주 풍부한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리고 예쁘고 착한 여성의 행운을 가로챈 나쁜 사람들이 받는 벌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혹한데요, 그것이 실제 마녀로 몰린 여성들이 받는 벌이었다는 점을 설명해주면 재밌을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여성들은 정말 억울했을것 같다는 마음도 공감해주면 좋겠지요.
그러나, 새엄마가 실제 친엄마였다는 얘기는 차마 하지 못하겠네요. 아마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공포에 떨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이 책은  지적호기심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동화야 어른들에게 그다지 재밌을게 없는 데, 책의 뒤에 붙어있는 작품해설에 대한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당시 시대상황, 그림형제가 동화를 수집하게 된 배경등.. 잘 몰랐던 얘기들이 많거든요.

아이들에게 좀 더 풍부한 이야기를 해주고픈 어른들은 한번 읽어보세요. 원본의 잔인함에 혀를 내두를 것이고, 비슷한 일이 실제 일어났을 것이라는 작품 해설에 다시 한번 호기심이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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